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그래.’ 행낭과 피풍의를 챙기고, 백호검을 목갑에 넣었다. 그러고 보면 검집도 필요하다. 언제까지든 이렇게 커다란 목갑으로 챙겨 다닐 수만은 없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간다. 땅을 딛고 걸어가는 이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광활한 하늘이 펼쳐지고, 삼월의 태양이 내리쬔다. 아직은 천하를 모르는, 그러면서 천하로 나아가는, 젊은 범의 한 발자국이었다. 섬서 남단. 인하(因河)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비옥한 지대, 꽤나 오래 된 도시다. 한수(漢水) 줄기 따라 서 있는 고풍스런 전각들이 지난 세월을 드러내는 곳이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‘허기진 것도 허기진 것이지만, 먼저 옷부터 마련해야 하겠다.’ 청풍이 이 도시에 이른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여기서 남동으로 몇 십리만 더 가면, 화산 속가 제자 안리평이 운영하는 안가보가 있다. 지저분한 몰골로 갈 수야 없으니, 옷도 새로 챙기고, 가면서 필요한 식량도 사 두어야 하는 것이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금강호보를 익히려 며칠 동안 굴러먹다 보니, 화산의 황색도복이 무척이나 더러워진 상태다. 심지어 찢어진 곳까지 있을 정도. 화산 도사란 언제나 정갈하고 절도 있게 행동해야 하는 신분, 엉망인 모습으로 돌아다녀서는 안 되는 바였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지저분한 것을 가리기 위해 피풍의를 둘러친 채 걷고 있으려니,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. 제법 따뜻한 날씨, 경장을 입고 다녀도 될 판에 두꺼운 피풍의를 걸치고 있자, 답답하게 보였던 모양이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“야야, 저기.......” “와아.........”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포목상을 찾기 위해 걷고 있던 청풍은 문득,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이유가 피풍의 때문이 아님을 알아챘다. 그들은 하나같이 피풍의가 아니라 청풍의 얼굴을 보고 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긴 머리, 아무렇게나 묶어 머리 뒤에 늘어뜨리고서 우수에 찬 듯한 눈빛으로 걷고 있자니, 모두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. 머쓱해진 심정으로 들어간 포목점에서 황색 도복을 두 벌을 샀다. 여전히 따라붙는 시선들, 그러고 보니, 저번에 요기거리를 구하러 마을에 갔었을 때에도 다소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그러한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났다. ‘그 때야, 화산 도복을 보고 그러는 것으로 생각 했었지.’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반 쯤은 도망치는 심정이 되어 두리번 두리번 객잔을 찾았다. 어디에나 있는 객잔이 오늘 따라 왜 이리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. 저잣거리를 걷다가 이른 곳, 저 멀리 풍류객잔이란 간판이 보였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잘 되었다는 심정으로 걸음을 빨리 하던 중이다. 문득 한 켠에 있는 노상(路上) 점술가의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만사통달(萬事通達). 운수형통(運數亨通).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어구다. 별반 대단할 것이 없는 것이었지만, 묘하게 시선을 끌고 있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‘고수(高手).......!’ 눈이 가는 이유는 깃발 때문이 아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그것은 그 깃발 아래, 멍석을 깔고 앉아 있는 추레한 노인 때문. 점점 가까워지는 그 점쟁이 노인이 한 순간 청풍에게 고개를 홱 돌렸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“젊은이.” 청풍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미세하게 신경을 자극하는 내력이 실려 있었다. 누구라도 불러 세울 수 있을 만큼 기이한 울림이 들어있다. 예사 점쟁이가 아니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“이리 와 보게.” 허름한 마의(麻衣)에 삐죽 삐죽 제대로 손질조차 안 한 머리카락이다만, 청풍을 곧게 쳐다보는 눈빛만은 마치 화산 산속의 도문(道門) 도인(道人)들처럼 맑기만 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그 목소리에, 그리고 그 눈빛에 어쩔 수 없이 그 쪽으로 발을 옮긴 청풍. 점쟁이 노인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“기수난도(氣數難逃)라, 천기와 운수는 벗어나려 해도 쉽게 도망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. 한번 정해진 운명은 고쳐지기 어렵다는 것, 젊은이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될 운명을 타고 났구나.” 이 역시, 어떤 점술가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다. 하지만, 이 노인은 그렇게 가볍게 넘겨버릴 인물이 아닌 듯 하다. 전해지는 기도가 그야말로 범상치 않았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 아니나 다를까. 노인이 발하는 말은 갈수록 가관이었다. 씨엔조이 ◀ 씨엔조이